사상 처음으로 대학내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서울대와 연세대 대구대 등 3개 대학에서 12일 일제히 부재자 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아침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각 투표소별로 대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신청자가 2천명에 못 미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한 대학에서도 인근 투표소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대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지원하기도 했다. 모두 2천6백42명의 부재자투표 신청자들이 투표에 참가하는 서울대에는 언어교육관 1층 휴게실에 설치된 투표소에 오전 10시부터 학생들과 주민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대 부재자투표소에는 이날 하룻동안 모두 9백49명이 참여했다. 이날 가장 먼저 투표한 박정현씨(화학과 3.여)는 "기말고사가 늦게 끝나 이번 대선에서 투표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투표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박승훈씨(30)는 "지난 대선 때는 고향인 대전에 내려가 투표했다"며 "다른 대학 출신이지만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동료 고시생과 가까운 서울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종호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큰 문제 없이 교내 부재자투표가 마무리된다면 앞으로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2천2백27명이 부재자 신고를 한 연세대에서도 백주년기념관에 설치된 부재자 투표소에 오전부터 연대생들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총 8백98명이 투표했다. 이현씨(인문학부 4년)는 "개인생활 공간이었던 대학 캠퍼스가 부재자 투표소 설치로 정치 공간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보상 서울 서대문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일부 운동권 학생이나 특정 정당에 가입한 학생들의 소요를 우려했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부재자 투표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학생들뿐 아니라 부재자 투표 용지를 받은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연대에서 투표할 경우 13일까지 투표인 수가 3천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천8백93명이 부재자 신고를 한 대구대 부재자투표소에서도 이날 모두 9백92명의 학생들이 부재자 투표를 했으며 인근 군부대에서도 1천2백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한편 서울대에서는 민주당 연설원이 포함된 7∼8명의 남자와 학생들이 2대의 차량을 이용해 무료로 투표자들을 태워 나르다가 해당 선관위의 제재를 받았다. 또 연세대에서는 이날 오전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입구에 '이회창 후보가 등록금 인상동결을 약속해 학생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나붙어 선관위가 철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