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동결시설 가동을 전격 선언함에 따라 북미 제네바합의로 이어질 경우 남북관계도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간 북핵파문 와중에도 남북관계는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유지돼 왔지만, 제네바합의 공식 파기로 이어질 경우 북미간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져 미국과 대북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정책과 관련, 경제협력을 비롯한 남북 교류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 정부 독자적으로 추진하되, 핵과 미사일 문제는 글로벌 이슈로 미국과 공조차원에서 대처해왔다"면서 "지난 94년의 제네바합의가 깨진다면 미국과 공동 대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초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후 촉발된 북핵파문은 미국, 한국, 일본, EU(유럽연합)로 구성된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집행이사회의 `12월이후 대북 중유지원 중단'으로 이어진 상태다. 북측은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중유제공 의무를 포기한 것이 마치 우리가 `핵개발계획을 시인'함으로써 먼저 합의문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여론을오도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북한)의 `핵개발계획시인'이란 지난 10월초 미국대통령 특사가 자의대로 쓴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미측은 북측이 제네바합의의 기본 전제조건을 깨고 핵개발에 들어감으로써 합의가 파기됐다고 주장하며 대북 중유지원 중단에 이어 경수로 사업도 재검토해야 한다며 대북 압박강도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와는 별도로 남북간에 합의된 교류사업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의 핵동결 시설 재가동 선언으로 북미관계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며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행동반경이 줄게 됐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당장 지난 11일부터 서울에서 개최중인 남북경제협력제도실무협의회 1차회의 지속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5∼17일 적십자 실무접촉(금강산), 25∼28일 해운협력 실무접촉(평양), 26∼30일 개성공단 건설사업,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와 시범관광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학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이후 가능한 모든 대북채널을 통해 `핵개발 포기'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일로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최소한 대화채널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