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서울대와 연세대,대구대 등 3개 대학에서 12일 일제히 부재자 투표가 실시됐다. 이날 아침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각 투표소별로 대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신청자가 2천명에 못 미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한 대학에서도 인근 투표소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대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지원하기도 했다. 모두 2천6백42명의 부재자 투표 신청자들이 투표에 참가하는 서울대에는 언어교육관 1층 휴게실에 설치된 투표소에 오전 10시부터 학생들과 주민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가장 먼저 투표를 한 박정현씨(화학과 3·여)는 "아침 일찍 언어교육원에서 강의를 듣고 나오는 길에 투표했다"며 "기말고사가 늦게 끝나 이번 대선 투표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투표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박승훈씨(30)는 "지난 대선 때는 고향인 대전에 내려가 투표했다"며 "타 대학 출신이지만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동료 고시생과 가까운 서울대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종호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관악구에 설치된 3개의 부재자투표소 중 서울대에 마련된 투표소의 의미가 가장 크다"며 "큰 문제없이 교내 부재자 투표가 마무리된다면 앞으로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2천2백27명이 부재자 신고를 한 연세대에서도 1백주년기념관에 설치된 부재자투표소에 오전부터 연세대생들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현준씨(인문학부 4)는 "개인생활 공간이었던 대학 캠퍼스가 부재자투표소 설치로 정치공간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보상 서울 서대문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일부 운동권 학생이나 특정정당에 가입한 학생들의 소요를 우려했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부재자 투표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학생들뿐 아니라 부재자 투표용지를 받은 다른 지역주민들까지 연세대에서 투표할 경우 13일까지 투표인 수가 3천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천8백93명이 부재자 신고를 한 대구대 부재자투표소에도 아침부터 부재자 투표를 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인근 군부대에서도 1천2백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와 연세대,대구대 부재자투표소에는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으며 일본 언론도 취재에 나서 투표를 마친 학생들을 상대로 '대학 내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함으로써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을 개혁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지'등을 묻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