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대체로 공식기구에서 내린 결정을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중대한 고비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리는 '승부사'의 기질을 가지고있다. 지난달초 노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단일화를 전격 제안할 때는 이틀에 걸친 선대위 지도부의 논의 결과를 수용했다. 그후 단일화 협상은 협상단에 전권을 위임했다. 이해찬 기획본부장은 "노 후보는 협상단에서 마련한 합의안에 대해 의문점을 묻는 경우는 있지만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러한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위기를 맞은 지난달 22일에는 긴급 본부장단회의를 소집, 통합21측의 여론조사 무효화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임채정 정책본부장과 임종석 의원 등이 만류했으나 노 후보는 곧장 기자회견장으로 가 통합21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99년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에서 패배를 각오하고 부산출마를 고집한 것도 자신의 결단을 앞세운 사례다. 때문에 정치적인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으나 이같은 승부사적 기질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촉매제가 된다는게 노 후보측 설명이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