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 3명의 대선후보는 10일 경제·과학분야 TV합동토론에서 정책대결을 벌였다.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선거전이 종반전으로 접어든 것을 의식해 서로 자신이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대통령감"이라며 부동층 표심잡기에 부심했다. ◆경제실정(失政) 대 A학점=이 후보는 "지난 5년간 경제가 나아진게 뭐가 있느냐" "이런 고통을 5년 더 연장해도 좋으냐"며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직접 호소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서민들은 카드빚,폭등하는 전세값,천문학적인 사교육비로 죽을 맛"이라면서 "서민을 대변한다는 노 후보는 그간 어디서 뭘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후보는 이어 "서민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임기내 2백50만개 일자리창출 △20,30대 영패밀리에 대한 임대주택 10만호 우선배정 등 젊은층과 서민층을 겨냥한 공약을 쏟아냈다. 이에 맞서 노 후보는 '경제위기 원조론'을 제기하며 역공을 펼쳤다. 그는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이어 "지난 3년간 평균 7.8% 경제성장했고,실업률은 3%대에 머물렀다"면서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 등으로부터도 A등급을 받는 등 지난 5년간 무너진 국가를 일으켜세운 공도 있다"고 주장했다. 가계빚 급증 공격에 대해 노 후보는 "개인워크아웃제를 확대하고,개인별 신용도를 사전체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정부가 은행에 대해 BIS비율을 맞추라고 강요하다 보니 카드사와 은행대출이 공략이 쉬운 개인에게 몰려 신용버블이 생긴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주5일근무제,민영화 논란=이 후보는 무리한 주5일근무제 강행에는 반대입장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된 이후에 실시하기 시작한 만큼 현 단계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후보는 '선시행 후보완'을 주장했다.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비정규 노동자의 휴가일수를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없는 보장을 제시했다. 권 후보도 "당장 도입돼야 한다"며 노 후보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은행민영화와 관련,두 후보 모두 "재벌의 은행 소유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민영화는 추진하되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는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고,노 후보 역시 "금융회사 민영화 원칙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노 후보는 또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민영화가 다 좋은 것은 아니며 민영화에 맞지 않는 산업도 있다"며 독점적 네트워크를 가진 철도 가스 전력 등 기간망산업의 민영화는 반대했다. ◆통상·무역개방=이 후보는 "무역 및 투자의 추가개방을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 등에 대처하는 등 대외경제 통상교섭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의 통상교섭체제 개편을 통한 분야별 전문협상 능력제고와 전략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도입처 다변화 등을 제시했다. 노 후보도 다자·통상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북아 지역개발을 위한 동북아시아개발은행(가칭)과 중국과 러시아로 연결되는 철도망 구축을 위한 다국적 기구인 동북아철도공사(가칭)를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또 개발도상국의 빈곤극복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등 환경과 마약,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협력에 대한 적극 참여도 약속했다. 2004년 쌀재협상과 관련,이 후보는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다 열면 우리 농업이 망하는 만큼 쿼터제를 양보하더라도 시장개방을 늦춰야 한다"고 밝혔고,노 후보도 "관세화 유예를 반드시 관철하고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는 국민공감대가 형성된 후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