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대한 특구 지정과 함께 이어지는 남북 당국간 회담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북한 리금철 적십자회담 실무접촉 단장이 전화통지문을 보내 오는15일부터 17일까지 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8일 끝난 개성공단 실무협의회에서 남북은 개성공단과 남한 지역간 통신, 통관,검역문제 등에 합의하고 오는 26∼30일 사이에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이번 협의에 참가했던 회담관계자는 "북한은 상당한 적극성을 보였다"며 "북한 대표단은 상부의 지시를 받고 내려온 것 같았고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해서도 쉽게 양보를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방송은 8일 이번 협의회 소식을 전하면서 '빨리' '다그치기 위해' 등적극성을 담은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적극적인 자세는 경제적 실리와 사업에 대한 안정성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7.1경제관리개선조치에 이어 신의주, 개성, 금강산을 잇달아 특구로 지정한 가운데 핵문제가 불거진 현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지원이나 투자를 기대할 만한 곳은 남한뿐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있어야만 '대담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있고 유럽연합도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핵 포기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또 핵문제에 납치자 문제까지 걸려있는 일본은 국민여론이 대북접근의 발목을잡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일단 단기적으로 남한의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경제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침이 적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다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는 남한의 정치적 상황을북한이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으로서는 남한과 벌이고 있는 사업이 다음 정권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어질수 있도록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각종 경협사업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두자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특구법 제정, 개성공단 통신.통관.검역 등 합의, 경협제도협의 등은 사업의 제도적 기반 구축이라는 공통성이 있고 적십자회담에서도 북한은면회소 건설을 합의해 남한의 건설지원을 명문화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