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8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7대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한 것은 종반으로 치닫는 이번 대선을승리로 이끌기 위한 `승부수'의 성격이 강하다. 이 후보는 회견에서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 추진 ▲한나라당 현역의원을 배제한 새 정부 구성 ▲낡은 정당구조 혁파와 원내중심 정당 개혁 ▲모든 권력비리에 대해 특별검사 임명 ▲정무직 공무원의 재산을 금융기관에 맡겨 관리하는백지신탁제 도입 ▲정치보복 금지 ▲당선즉시 `정치개혁 국민위원회' 구성 등 특단의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선명한 개혁정당, 개혁후보 부각의 실패로 20,30대 젊은층과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이 심화돼 대선판도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것으로 분석된다. 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낡은 정치 청산, 새 정치 구현'을 슬로건으로 내세움에 따라 구체적인 정치개혁 내용을 제시해 이를 상쇄시키고, 나아가 `변화와 개혁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패문제에 대통령직을 걸겠다"며 고강도 정치개혁을 다짐한 것은 민주당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선점당한 `정치개혁' `새 정치'의 화두를 되찾아 혼전 양상의 대선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핵심당직자는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정치개혁을 외치는 이상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며 "집권시 정치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일시 현혹된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촉구하려는 뜻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깨끗한 정치와 새 정치란 화두는 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지난 4년간 야당총재로 여권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와중에 투사 이미지만 부각됐다"면서 "따라서 자기희생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국민들에게 밝혀 잃어버린 개혁이미지를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정치개혁 청사진을 제시, 실천방안의 측면에서 노무현 후보에 우위를점하고 나아가 `한나라당=개혁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 선거판도를 일거에 반전시키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이 후보가 회견에서 "대통령 임기 일부를 줄여서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면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집권즉시 전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데서도 이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와함께 이 후보가 대통령 임기단축까지 강조하며 개헌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대선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개헌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현재 관망자세를 보이는 자민련 등 제 정파를 겨냥한 의미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 4년 중임제, 내각제 개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은 내각제론자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대통령제 지지자인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은 물론 `분권형 대통령제' 주창자인 국민통합 21의 정몽준(鄭夢準) 대표까지도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견을 계기로 이 후보의 정치개혁 구상을 뒷받침할 제도적 방안 등을 연속적으로 발표하고, 포지티브 전략으로 선거전의 승기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3일 1차 TV합동토론이 끝난 뒤 이 후보가 "국민에게던지는 메시지가 약했다"는 지적에 따라 본격적인 준비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br@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안수훈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