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관련 미군 병사 무죄평결을 계기로 반미(反美)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동맹 50주년을 맞는 한미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촛불시위와 백악관 앞 단식농성 등 국내와 미국에서 반미 항의집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 각당의 주요 후보 등 정치권도 반미정서 부응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파장이 주목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7일 방한예정이던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등 미국하원의원 일행 5명이 국내의 반미시위를 이유로 방한일정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반미시위 확산에 대한 미국측의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하이드 위원장 일행은 방한직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청와대로 예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국가원수와의 면담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대해 외교적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대사관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드 위원장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주목을 받기 원치 않아 방한을 연기한다고 밝혔으며, 덜 민감한 시기에 방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외교 당국자는 "일본에 머물고 있는 하이드 위원장 일행이 `반미시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6일 밤 방한 취소를 통보해왔다"면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측은 최근의 반미감정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으나 우리측은 국내 분위기를 전하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선' 등 미국측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우리쪽 분위기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측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양국간 법체계의 상이성을 고려치 않는 한국내의 반미감정 확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4일 SOFA 개선방침을 포함한 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반미기류가 계속 확산되는 데 따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의 안보와 한반도의 안정, 평화를 지키는 데에 미국은 우방으로서 협력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은 우리국익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부가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에서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이어 어제도 추모와 반미, 미군철수를 분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상기시켰다.

정부는 내주중 외교, 국방차관보와 주한미대사관 공사 및 미8군사령관이 참석하는 `2+2' 고위협의와 SOFA 합동위 산하 형사분과위원회를 열어 SOFA 개선을 포함한 반미기류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jjy@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황재훈기자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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