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세장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세 과시를 위해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가동해 수만명씩 동원하던 정당연설회는 사라졌다. 대신 상가 밀집지역이나 역 주변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수백∼수천명을 대상으로 한 '깜짝 유세'가 자리잡았다. 장을 보던 주부나 행인들이 자연스레 후보자의 정견을 듣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미디어 선거운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무리한 '동원'보다는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유세참관 비중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현재까지 대규모 정당연설회는 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다. ◆간소해진 유세 규모=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전략거점을 저인망식으로 훑는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하루에 2∼3개 광역시·도를 넘나들기도 하고 접전지역의 경우 하루에 10여곳 이상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기도 한다. 때문에 한 장소에 보통 5∼10분 정도만 머물 게 마련이다. 길어야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사전행사와 찬조연설 등을 포함해 1시간을 족히 넘게 걸리던 종전의 정당연설회와는 딴판이다. 청중수도 통상 1천여명 안팎이다. 선거운동원수와 어깨띠 착용 등에 대한 제한이 강화돼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은 줄어 들었다. 그 대신 장바구니를 든 주부,자전거에 올라탄 채 연설을 경청하는 노인 등 행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 카메라로 유세현장을 녹화하는 여고생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유세장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진 만큼 각 후보 지지층의 특징도 두드러진다. 한나라당 유세장에는 간간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중·장년층 '비당원'지지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민주당 유세장에는 젊은 유권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노 후보의 유세일정을 따라 전국을 순회하는 극성 지지자도 있다. ◆독특한 유세진행=한나라당은 젊은층 공략을 위해 김수철의 노래 '젊은 그대'를 유세 배경음악으로 선정했다. 이 후보와 남경필,오세훈,김부겸 의원 등 젊은 의원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노래에 맞춰 율동을 벌이기도 한다. 북과 징,꽹과리 등 풍물도 동원되고 종이비행기 날리기,젊은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기 등 이벤트성 유세도 자주 선보이고 있다. 후보가 이용하는 버스에 무선랜이 장착된 컴퓨터를 탑재,중앙당 기획팀의 보고에 따라 수시로 유세전략도 수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희망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넣어 흔들거나 야간에는 형광막대를 흔들어 유세장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최근엔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도 많이 목격된다. 유세현장에서 후원금을 모금,연설장에 동전과 지폐가 든 돼지 저금통이 수북이 쌓일때가 있다.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자발적으로 모이는 청중들만으로 선거운동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동욱·윤기동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