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3일 저녁 제16대 대통령선거 첫 TV 합동토론을 갖고 주요 쟁점과 정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방송 4사가 생중계한 가운데 저녁 8시부터 2시간동안 정치.외교.통일분야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날 토론에서 세 후보들은 ▲국정원 도청의혹 ▲후보단일화 ▲북한핵문제 및 대북정책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재개정 ▲특검제 ▲정치개혁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는 현정권의 부패상을 지적하면서 노 후보를 `현정권 계승자'로 몰아붙였고, 노 후보는 이 후보를 둘러싼 비리 의혹을 들면서 `3김식 낡은 정치인'으로 공박하는 등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그러나 세 후보가 서로 상대당 후보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정책적미비점을 공격하는 데 치중, 미래지향적인 정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이 후보는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어긴 것과 핵을 가진 것은 중요하며 강하게 포기를 요구하고 경제적 수단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고 노 후보는 "압력행사는 좋지만 실패할 경우 가공할 결과가 될 수도 있다"며 대화론을 주장했다. 권 후보는 "북핵 개발을 철회하고 미국도 북한에 핵으로 위협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여중생 사망사건 및 SOFA 개정문제와 관련, 세 후보는 모두 SOFA 재개정을 주장한 가운데 이 후보는 "국가이익과 국민 안전을 위해선 어느나라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따올 것은 따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현 상황은 과거 미국추종 외교를 해왔기 때문이며 노근리 사건 당시이 후보가 반미를 걱정했는데 그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으며 권 후보는 "민노당이 SOFA 개정을 요구했을 때 이.노 두 후보는 침묵을 지켰다"고 양측을 비판했다. 부패척결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이 정권 들어 대통령 아들까지 관련된 부패로국민이 좌절했으나 당시 노 후보는 무슨 얘기를 했느냐. 현정권 비리에 대해 가만히있으면서 어떻게 새로운 정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공격했고 노무현 후보는 "이후보는 이런저런 부패 혐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이런 것을 모아보면 이 후보가 3김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 국민이 보기엔 너무 옛날과 똑같다"고 반박했다. 도청의혹과 관련, 노 후보는 "선거때 한나라당에서 내놓은 것을 보면 저를 공격하려고 한 모양인데 저도 도청의 피해자"라면서 "도청은 범죄인데 한나라당은 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도청이란 정보기관이 기계장치를 설치해놓고 샅샅이 듣는 것으로 이런 게 횡행하면 국가가 아니다"며 "문제의 실질은 국가기관이 불법감청을 해왔다는것이며 검찰이 수사하면 제보자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는 "도청이 사실이라면 노 후보는 후보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며, 이 후보가 입수경위를 밝히지 못하면 정치공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대해 노 후보는 "두사람이 서로협력해 잘하면 선거에 유리하겠구나 하고 생각해 협력하다 보니 뭔가 정책도 같이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야합도 밀약도 없었다"고 강조했으나 이 후보는 "두후보간 공통점이 없고 이념과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면서 "다른 성향과 이념을 갖고어떻게 정책공조 단일화를 이뤄낼 것인가"고 반문했다. 권 후보는 "정 후보의 당은 재벌당으로 재벌정책을 세울 것이나 노 후보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주의 청산과 관련, 이 후보가 "현 정부가 탕평인사를 했다면 `반(反) DJ'정서가 그리 강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통치자가 지역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데 대해 노 후보는 "지금도 영남에서는 노무현 아버지,할아버지가 호남사람이라고 선전한다"며 "이는 지역주의의 덕을 보자는 것"이라고반박했으며 권 후보는 "지방분권화를 위해 중앙의 재정.인사권을 지방으로 이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 후보는 "(정당민주화를 위한) 상향식 공천과 정치자금에 대한 계좌추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이 후보는 "국군포로.납북자.탈북자 등 북한 인권에 같이 걱정하고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권 후보는 "공무원 노조를합법화해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좌우와 여야를 떠나 발상의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면서 "지도자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노 후보는 "낡은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으며 권 후보는 "서민들이가슴을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은 KBS의 주관으로 고려대 염재호(廉載鎬.행정학) 교수가 사회를 본가운데 KBS, MBC, SBS, YTN을 비롯,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2차 경제.과학 분야 합동토론은 오는 10일 MBC 주관으로, 3차 사회.문화.여성.언론분야 토론은 16일 SBS 주관으로 각각 실시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황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