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노무현(盧武鉉),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3일 저녁 제16대 대통령 선거첫번째 합동 TV토론회에서 정책공약과 선거쟁점을 놓고 열띤 공방을 펼쳤다. 후보들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북핵문제 등 안보 현안과 개헌, 정치개혁, 후보단일화, 국가정보원 개편 등 정치현안을 놓고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특히 이, 노 두 후보는 이념과 성향에서 차별성을 분명히 하며 가시돋친 공방을벌였고, 권 후보는 두 사람을 싸잡아 공격했다. ◇북핵문제 = 노 후보는 "어떤 경우든 북핵 개발은 용납돼선 안된다"면서 다만방법론과 관련,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며 끈질긴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특히 "지원 중단 등으로 대화가 막혔을 때 남한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우리의 운명을 북미에 맡겨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제네바 합의 사항은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어겼는데 북한만 일방적으로 어긴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그저 달래고 대화하면서 기다려서는 안된다. 제네바 합의를 어긴 것과 핵을보유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강하게 포기를 요구하고 경제적 수단과방법도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OFA(소파) 개정 = 세 후보 모두 소파 개정 입장에 이견이 없었다. 다만 권 후보는 "민노당이 소파 개정을 요구했을때 이, 노 두 후보는 침묵을 지켰고 이 후보는 민노당을 과격 세력으로 몰아붙였다"고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무관심을 비판했다. 이에대해 이 후보는 소파 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직접사과 요구를 거듭 확인하고"국가이익과 국민 안전을 위해선 어느나라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따올 것은 따와야 한다"고 자신의 외교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노 후보도 소파 개정 입장을 확인하고 "현 상황은 과거 우리 외교가 일방적으로미국추종 외교, 비판없는 외교를 해왔기 때문이며 노근리 사건 당시 이 후보가 반미를 걱정했는데 그것도 한 원인"이라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도청 의혹 = 노 후보는 "선거때 한나라당이 내놓은 것을 보면 저를 공격하려한 모양인데 저도 도청의 피해자"라면서 "도청은 범죄인 만큼 한나라당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뒤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권 후보는 "이 후보가 입수경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며 노 후보 주장에 가세하면서도 "도청이 사실이라면 노 후보는 후보자격이 상실되는 것이고, 이 후보가 입수경위를 못밝히면 정치공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이 후보는 "도청이 횡행한다면 이것은 국가가 아니다"면서 "문제의 실질은 국가기관이 불법감청을 해왔다는 것이며 어떻게 정보를 알았느냐를 문제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반박한뒤 "검찰이 수사하면 제보자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말했다. 이에대해 노 후보는 "이 후보는 5년전에도 공작기관 자료로 공격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 자료도 전부 공작기관 전문가가 만든 것"이라며 "지저분한 문건을 갖고 국민을 혼란시키는 비신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지역주의 청산 = 권 후보는 "영남과 한나라당, 호남과 민주당의 고리를 끊고지방분권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선거제도에 있어 정당명부제가 먼저 정착되고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역주의 치유를 위해 제도도 중요하지만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일으키는게 더 문제"라면서 "김대중 정부 들어선 이후 특정지역 싹쓸이 인사를 안하고탕평인사를 했다면 반(反) DJ 정서가 그리 강하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인사편중을 지적했다. 노 후보는 "여섯번의 선거중 네번 떨어졌는데 모두 지역주의에 저항하다 그런것"이라며 "한나라당은 90년 3당합당때 호남고립을 시도했고, 지난 총선때도 지역주의 덕을 봤고 지금도 노무현은 DJ양자라고 하는 것은 지역주의 덕보자는 것"이라며"불신과 대결을 부추기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끝으로 권 후보는 "한나라당은 당3역이 모두, 국회 상임위원장 9명중 8명, 비례대표 29명중 10명이 영남출신으로 이 후보는 지역주의 청산을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민주당도 김대중정권이 편중인사로 지역감정의 불을 붙인 만큼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두 후보를 모두 공격했다. ◇정치개혁 권 후보는 한나라당을 겨냥, "대선후보를 영접하러 의원들이 공항에 나가는 정당은 당.대권을 분리해도 (정치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하고 "민주당도정당민주화부터 먼저 하라"고 두 후보에 모두에 공세를 폈다. 이 후보는 "공항에 몇 사람 나왔느냐는 것으로 정당 민주화를 가늠할 수 없다"며 "정당민주화는 칼로 무자르듯 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한나라당은 집단지도체제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했고 당내 계파도 없앴다"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민주당은 과오에 머물지 않고 몸부림치면서 개혁, 역사상 초유의 실험인 국민경선을 실시했다"며 "민노당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과오가 없을 수 밖에없고, 이 후보는 계파가 없다고 자랑하는데 1인이 독주하면 계파가 없는 게 오히려더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후보단일화 이 후보는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간 이념이 다르다"며 "단일화후 정몽준씨가정책공조를 요구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 대북정책, 의약분업, 고교평준화 등 중요한 사안에서 입장이 다른데 어떻게 공조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앞으로 조율이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에는 정책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데 그것부터 시정한 뒤 정당간 연대문제를지적해야 한다"며 "아무런 밀약이 없고 선거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해 협력하다보니뭔가 정책도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된 것"이라고 맞섰다. 권 후보는 "후보단일화는 도덕적 문제가 있다"며 "걸어온 길도 다르고 앞으로갈 길도 다르다고 했는데 어떻게 단일화됐고, 정 후보가 재벌당으로 재벌정책을 세울 때 노 후보가 동의하지 못할텐데 합의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3김청산 노 후보는 "이 후보는 1인지배의 제왕적 행태, 가신, 측근,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정치, 부정부패 혐의를 많이 받고 있고 가족들도 그렇다"며 "이런 것 모아보면이 후보와 3김이 뭐가 다르냐"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나는 3김 정치와 너무 다르고 3김 정치로 표상되는 세분과 정치적연계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노 후보가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 시계 내보이고,부산시장 낙점해달라고 하고, 호남에 가 김대중 대통령 자산과 부채를 다 상속하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구태정치 아니냐"고 반격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안수훈 추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