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무죄평결에 따른 반미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정치권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재개정, 한국법정에서 재심 등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이 국민의 자존심 문제와도 직결되고 있어 대선을 코앞에 두고있는 정치권으로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한미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중시해온 한나라당이 SOFA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데서도 감지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3일 SOFA 개정을 위한 당원 서명식에서 "어떤경우라도 외교관계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가이익을 최우선 고려해나갈 것"이라며 미국 지도부와 국민의 진솔한 의사표명, SOFA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한구 정책공약위 부위원장은 "대미관계에서 소극적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어 왔는데 재판이 무죄로 나오자 민족 자존심과 관련, 젊은이들의 관심사가됐다"며 "이 후보 발언이 보수파들의 눈에는 강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 후보의 컨셉이 개인 존엄성을 살리자는 것이므로, 당연히 할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 SOFA 개정추진대책위(위원장 신기남)가 미대사관을 방문,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 재판관할권 이양, SOFA 개정 등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전달하고 신 의원 등 소속의원 22명의 이름으로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최근 임채정(林采正) 정책본부장이 SOFA 재개정과 재발방지책을 촉구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든 반미감정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는등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한 당직자는 "이번 사건이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미관계 정책에 대한 공격의 예봉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여중생 사망사건 발생 초기부터 이 문제의 쟁점화에 앞장서온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권영길(權永吉) 후보가 기자회견, 항의집회 참석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이, 노 후보 등에 대해 부시 미 대통령에게 공동 항의서한을 보낼것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우방과의 상관관계는 사고처리 이상의 격분된 배미(背美) 항미(抗美)까지 가선 안된다"며 반미감정 고조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를 대변했다. 한편 국회 차원에서는 개혁국민정당 김원웅(金元雄)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해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을 포함, 31명의 의원들이 이날 `불평등한 SOFA 재개정 촉구국회 결의안'을 제출, 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이에 앞서 2일엔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국회인권포럼과 민주당 김영진(金泳鎭)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국회조찬기도회가 공동기자회견을갖고 SOFA 재개정 등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대해 "과거 대선에선 후보자들의 대미관계 시각이나특정후보에 대한 미국의 `비토' 여부가 변수로 지적됐으나 이번 대선에선 유권자의반미감정이 변수로 떠오른 특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