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자본주의 실험'인 개성공단 사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관광 및 경제특구로 지정함으로써 대외개방과 경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핵문제와 대미관계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임금문제 등으로 고비용 생산구조에 고민해온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대북 진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 개발계획 내용 개성공단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용되는 국제공단을 표방하고 있다. 정보기술(IT).금융산업 집결지인 중국의 푸둥(浦東)지구와 베트남의 아마타 경제특구를 지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제조 금융 상업 관광산업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특구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남북 개발사업자(현대아산 토지공사 삼천리총공사)가 공단 관리기관을 공동으로 구성해 내년 여름쯤에는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입주 시기는 내년말에서 2004년초로 추정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04년말쯤 1백만평의 1단계 공사가 끝나 3백여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이 기간중 기존 개성시가지를 활용한 공단 배후 주거단지도 5백6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 사업은 총 2백만평의 부지에 7백여개의 업체를 입주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기간중 개성특구에는 국제 수준의 호텔 휴양시설 골프장 등이 들어선다. 2010년까지 3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개성공단은 2천여개의 입주업체가 15만명을 고용하며 연간 1백50억달러를 생산하는 대형 국제공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가스 전력 통신 등 산업기반 시설은 사업초기에는 남측에서 제공하되 단계적으로 공단이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용수는 인근 저수지나 예성강 임진강 수계를 활용할 예정이다. ◆ 기업 움직임 현대아산은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과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까지 유치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 때문에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은 미국 일본 중국 등지를 오가며 활발한 투자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개성공단의 성패를 가늠할 기업들은 한국 기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핵문제 등으로 북한의 대외신인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단시일내 대규모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아산에 공단 입주희망 신청서를 낸 한국기업은 모두 7백여개에 달한다. 섬유산업연합회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전자공업협동조합 기계산업진흥회 중소벤처기업연합회 등 업종별 단체들도 회원사들의 입주를 원하고 있다. 세부 업종별로는 섬유 의류 신발 가방 완구 화학 전기 전자 금속 기계 장신구 문구 안경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서울 동대문의 원단 제조·유통업체인 준텍스의 황준호 사장은 "요즘 값싼 중국과 동남아 제품들이 넘치는 바람에 크게 애를 먹고 있다"며 "사업타당성을 다각도로 진단해 개성 진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대한상공회의소 개성시민회 중견기업연합회 KOTRA 등을 순회하며 사업설명회를 열어 내년까지 1천개 이상의 예비 입주업체들을 모집할 예정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