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25일 오랜만에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연이은 의원 탈당과 공동 원내교섭단체 참여 무산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김 총재는 시내 모 음식점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시종 미소를 띤 채 담담하게소회를 밝혔다. 김 총재는 이번 대선에서의 연대 문제와 관련,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도 그런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하는 만큼 참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선구도가 양강(兩强)으로 좁혀진 가운데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손을 잡자니 정체성이 맞지 않고 의원들의 희망대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지원하자니 자신과 당이 설 자리가 없는데 대한 고민이 묻어나왔다. 김 총재는 '26, 27일 대전.충남지역 당직자 간담회에서 당의 진로를 밝힐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것도 나올 게 없으니 따라오지 말라"며 "사람들 마음이 뭣할 것 같아 위로하러 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과 골프도 쳤는데..."라는 물음이나오자 그는 "모두 기회를 보려고만 하지 소신을 갖고 용기있게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을 잘랐다. 그는 또 탈당 의원들을 겨냥, "정치를 하려면 닭머리가 돼야지 쇠꼬리가 돼서 파리나 쫓아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총재는 말미에 "드골이 학생데모에 부딪혀 (자신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결국 물러나게 되자 '프랑스 너는 나를 버렸지만 나는 너를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이제 나도 그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서전 집필 용의에 묻는 질문에는 "쓸 마음도 있었는데 그런 저런 것 다 밝혀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그냥 연기처럼 사라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