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21은 25일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정몽준(鄭夢準) 후보가 패배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당내에 침통함과 허탈감이 짙게 드리워졌다. 주요 당직자들은 물론, 중.하위 당직자와 자원봉사자들도 이날 아침 늦도록 당사에 나오지 않아 '단일후보 패배'라는 충격의 심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따금씩 당의 진로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을 뿐, 찾아오는 내방객도 거의 없어 평소의 활기찬 모습과는 양극의 대조를 보였다. 정 후보가 당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날 오전 10시17분께. 그는 숙면을 취하지 못한 듯 푸석푸석한 얼굴이었으나 카메라 기자들에게 "잘찍어주세요. 수고 많았습니다"라며 애써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 후보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한영수(韓英洙) 고문.신낙균(申樂均) 선대위원장.김민석(金民錫) 총본부장.민창기(閔昌基) 협상단장 등 주요당직자들이 전원 기립,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정 후보는 자리에 앉으면서 "잘들 주무셨어요"라며 인사를 대신한 뒤 "집에서맥주 한잔하고 잤다"며 패배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민 단장에게 "어제 고생이 참 많았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민 단장은 고개를 떨구며 "면목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당직자들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회의 도중 박수 소리가 나오기도 해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모종의 얘기가 오고간 듯 했으나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 후보나 당직자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이날 새벽 결정된 후보단일화 과정에 한나라당이 개입, `역선택'을 벌였으며 여론조사 샘플에 일부 문제가 나타나는 등 검증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세를 누르지 못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만나 대선공조 등에 논의할 것"이라며 "앞으로 당의 향후 진로는 정 후보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