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되고 대선구도가 보혁구도로 재편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총재와의 관계설정이 대선정국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출신 민주당.자민련 의원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지지도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노 후보와는 함께 할 수 없다'며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에게 기대를 걸어온 JP도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JP에 대한 충청권 특유의 감정을 고려할 때 `우군화'가 필수적이지만 당내 일부 의원이 `역풍'을 거론하며 반발해 고심이고, JP는 잔류 의원들로부터 "이제 남은 선택은 이 후보뿐"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백기투항할 수는 없다"며 막판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 = 노무현 후보가 확정되면서 JP의 `반창연대' 합류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김종필 후보가 사상적 성향이 판이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전의 캐스팅보트가 될 충청권 공략을 통한 대세장악을 시도하고 있으나 JP에 대한 관계설정 부분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당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입당한 이재선(李在善) 의원 등은 "JP를 고립화할 경우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포용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잇단 의원영입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지지율이 저조한 것은 JP에 대한 `애증'이 작용했다는 주장에서다. 반면 반론도 적지 않다. 오히려 JP를 영입하거나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 젊은층의 표를 잃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의원은 "이제 충청권에서 JP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 출신 고위 당직자는 "자민련 얘기라면 내게 묻지 말라. 아는 것 하나도 없다"고 고심을 토로했다. 한 당직자는 "결국 이런 반감을 최소화하면서 잠재적 우군화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JP =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였던 후보 단일화도 마무리되고 후보등록도 임박한 만큼 더이상 입장표명을 늦출 수도 없지만 선택카드가 별로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단일화 추이를 지켜보며 잔류하던 의원들은 이날 청구동 JP 자택으로 몰려가 "이제 선택은 이회창 후보 밖에 없다"며 압박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이제 선택은 한나라당에 백기투항하거나 정계은퇴밖에 없다"며 이 후보 지지를 요구했다. 김 총재는 청구동 자택을 찾은 의원과 당직자들의 건의를 묵묵히 듣기만 한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직자는 "JP가 금명간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이번 대선은 보혁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자민련의 선택은 명확해졌다"며 "책임정당으로서 국민 앞에 역사적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길은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힘쓰는 것으로 JP도 대국적 견지에서 사려깊은 선택을 할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호(金宗鎬) 안대륜(安大崙) 등 전국구 의원들도 "교섭단체 구성도 물건너간 만큼 선택은 조건없이 한나라당에 들어가 보수진영 통합을 이루거나 자민련이란 당을 유지하며 정책연대를 하는 방안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최이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