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통합 21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와 관련, `숨막히는 긴장감'을 토로하는 가운데 두 당 대선후보들도 23일 초조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직.간접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양당 관계자들과 후보들은 특히 일절 비공개키로 한 여론조사 방식 및 시기 등과 관련, 여론조사회사가 복수라든가, 조사 시점이 23, 24일이라는 점 등을 고의이거나 부지불식중에 흘리기도 함으로써 자칫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비공개 합의'위반이라며 불복 논란을 일으킬 소지를 남겼다. 23일 부산 전국여약사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내일 여론조사가 끝나면 준결승 승자가 정해지는데 제가 될 줄로 생각하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말은 이렇게 넉넉하게 하지만 속은 탄다"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노 후보는 부산 서면 밀레오레를 방문한 자리에선 "오늘 내일 (여론조사를) 해서 내일 결정하니까 속이 탄다"며 "지금은 제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한참 앞서지 못하면 불복이 생기므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여론조사가 23, 24일 이틀간 실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언론에 이미 보도됐고,일반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합의 당사자로서 조사시기를 공개한 셈이다. 이와 관련, 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저녁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오늘 여론조사를 하는 줄 알고, `오늘 잠을 푹 자면 내일 결정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노 후보가 `여론조사를 내일 한다'고 했다"며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그래도되나 싶었다"고 불만을 내비치는 동시에 여론조사가 이틀간 실시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통합 21 핵심관계자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여론조사가 통상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 2-3일 후 실시되는 것과 달리 이번엔 앞당겨질 것이라는 점과 조사기관이 복수라는 점을 간접 시인했다. 정 후보는 이에 앞서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선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에서 노 후보를 단일후보로 하는 운동은 중단하는 게 단일화 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민주당측에 촉구했다. 그러나 자신은 부산 방문에 앞서 가진 여수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박상천 정균환 강운태 박주선 의원은 나로 단일화돼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고 호남표심 교란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내가 신낙균(申樂均) 위원장, 이 철(李 哲) 전 의원 같은 분들이 `본의 아니게 가 있지만, 정치정도를 위해선 노무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 좋겠느냐"고 신랄하게 공박했다. 노 후보는 부산 서면 밀레오레를 방문한 자리에서 또 "나와 정 후보 둘다 토론을 잘했기때문에 둘다 지지가 올라가면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가 깎여 여론조사가 무효된다"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야바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일종의 불경인데 그런 결정(역선택 방지책)에 내가 도장을찍어줬으니 가슴이 아프다"고 통합 21의 요구 수용에 대한 후회성 발언을 했다. 노 후보는 당초 24일 경남 방문 일정에 대전을 추가했다가 정 후보가 23일 여수를 방문, 호남 표밭을 일군 것을 의식한 듯 경남과 대전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에서광주로 직행하기로 함으로써 단일화 여론조사에 따른 중압감을 드러냈다. khg@yna.co.kr (서울.부산=연합뉴스) 고형규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