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22일 결렬위기에 빠졌던 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단일화 재협상에서 마지막 쟁점인 `무효화조항'을 전격 수용키로 한 것은 단일화를 위한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단일화 추진 과정에서의 삐걱거림이 국민에게 불안하게 비쳐짐으로써 성사시의 파괴력이 훼손되는 사태를 사전 차단하는 한편, 핵심쟁점에 대해 자신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속내도 읽혀진다.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노 후보의 결단에 대해 "이기고 지는 것을 초월한 것"이라며 "솔로몬의 지혜처럼 아기를 살리려는 친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단일화 방법론을 둘러싸고 국민경선에서 여론조사로, 다시 재협상 수용으로 한발짝 한발짝 양보하면서도 자신의 지지율이 오히려 반등추세에 있다는 자신감도 그의 이같은 결단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후보측의 한 핵심 측근은 "어떤 방법이든 TV토론이 성사된다면 노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가 이날 회견에서 "국민에게 검증의 기회를 주고 선택의 기회를 주는 TV토론이 없이는 여론조사도 무의미 하다"면서 "하루 이틀이면 천하가 뒤집힐 시간으로 충분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노후보 선대위 내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 방지를 위한 조항이 삽입된 단일화 방식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 정 후보측이 과연 단일화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신계륜(申溪輪) 후보 비서실장은 "역선택 방지라는 것이 실효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승률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조사기관의 이 후보 지지율을 2주동안 역산해 평균치보다 조금이라도 낮게 나올 경우 그 조사를 무효로 한다는 `무효화 조항'을 적용할 경우 그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여론조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인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같은 단일화 방식으로 갈 경우, 이 후보 지지자들의 무응답이나 고의적인 오답변으로 이 후보의 평균 지지율을 끌어내기 힘들게돼 끝내 단일화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 조사방법상의 이견으로 단일화 자체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불리한 조건일지라도 수용함으로써 단일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