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4년 제네바 핵합의를 뒤집는 핵개발 사실을 공개했지만 한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은 북한과 대적하기를꺼리고 있으며 한국인 다수는 이를 심각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논평했다. 이 신문은 '이웃의 한 미치광이(Crazy in the Hood)' 제하의 토머스 프리드먼칼럼에서 북한의 핵개발 발표로 불거진 현재 한반도 상황을 잘 이해하려면 한 구제불능 실업자가 집 주변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뒤 이웃들에게 음식과 난방비를 갖다주지 않으면 집들을 날려버리겠다는 협박 상황을 상정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드먼은 길 건너 안전지대에 사는 엉클 샘(미국 지칭)이라는 경관이 주민들에게 협박에 굴복말라고 충고하지만 이웃(주변국)들은 "당신이야 그렇게 쉽게 얘기하지만 우리는 이 자와 함께 살아야한다"고 일축하고 있다고 비유한다. 미치광이 협박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핵 문제가 얽힌 한반도 주변 상황이라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한국인들이 수십년간 북한의 위협에 놓여 있던데다 지난 5년간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북한을 전략적 위협의 존재보다는 '맛이간 아줌마(a crazy aunt)'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망상일 수도 있는북한에 대한 이같은 태도가 한국사회에 널리 확산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일본 역시 북한과의 대립을 원치않고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의 대북 전략은 미국의 대북한 중유공급 중단 조치 등 '중단및 대화' 전략으로 방향이 잡혀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서울은 물론 워싱턴과도쿄도 북한이 핵개발 포기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동시에 발표한 점은 놀라운 일이라고 논평한 뒤 "앞으로 얼마나 이같은 양탄자를 사들여야 할 것인가. 아마 독자 여러분의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은 북한 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중무장 상태에 핵억지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북한의 이웃들은 파괴력을 점진적으로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웃들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이들에게 식량지원 및 투자.교역을 늘리면서 이를 조건으로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약화시키는 일 밖엔 할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착륙이 불가피해보이는 미치광이 국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프리드먼은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