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북 성명'을 통해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북한과의 새로운 미래'를 강조한 이후 미국이 잇따라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다음날인 18일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면 도울 것"이라고 밝혀 부시 대통령이 성명에서 언급한 '대담한 접근'의 재가동을 시사했다. 또 19일에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15일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12월분 중유 공급 중단 결정과 관련해 "전적으로 케도의 결정일뿐"이라며 "미국은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파기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켈리 특사의 이 발언은 북한의 핵 개발로 제네바기본합의문은 사실상 파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기존의 미국 입장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미국 역시 제네바합의문이 파기되기를 원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또 남북간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과 관련해 북한 검증단 명단을 유엔사에 통보할 것을 요구해 지뢰제거 작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으나 18일 이를 취하함으로써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이 재개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이런 유화제스처에 대해 다른 서방 국가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이에따라 핵 파문으로 급경색됐던 한반도 정세가 조금씩 풀리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관방장관은 17일 케도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케도 경수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분담키로 한 "10억달러를 동결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켈리 특사의 제네바합의 파기 부인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15일 케도의 12월분 중유 공급 중단 결정에도 불구하고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이 있음을내비친 것이다. 영국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18일 "북한 지도층이 핵 개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북 핵 파문으로 부임 일정이 연기됐던 데이비드 슬린 북한 주재 대사를 내주초 평양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핵 파문으로 연기된 슬린 대사의 부임이 이뤄지는 것은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의 핵 문제 접근 방법에 변화가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런 일련의 정세 변화를 한반도 평화 무드의 복원으로 간주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감이 있지만 부시대통령이 대북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다른(새로운) 관계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살펴보면 긴장 완화 추세의 한 징후로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