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국인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14일 미국 뉴욕의 KEDO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북한이 핵개발 계획 폐기에 나서지 않을 경우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른 대북중유지원을 12월분부터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KEDO는 이미 화물선에 실려 북한으로 출발한 11월분은 예정대로 북한에 제공키로 했다. KEDO 관계자는 북미 기본합의의 파기 또는 무효화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까지 북한이 핵사찰을 포함해 "가시적이고 검증가능한(visible and verifiable)" 방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경수로 건설 등 다른 KEDO 사업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과 경수로 건설 지원을 양대 축으로 하는 북미기본합의는 KEDO 차기 집행이사회가 열리는 다음달 전반기까지 북한의 긍정적인 대응이 없다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KEDO는 집행이사회 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추구는 제네바합의, 핵비확산조약(NPT),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 안전조치협정 및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상의 의무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위반으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모든 책임있는 국가들에 대한 공동의 도전"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은 가시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즉각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명은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은 12월분부터 중단될 예정이나 앞으로 공급여부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과의 여타 KEDO 활동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대표로 집행이사회에 참석한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은 "다음달 전반기에 KEDO 집행이사회를 다시 열어 북한의 대응을 평가한 뒤 향후 행동방안을 결정하겠다"면서 "이때 경수로 건설지원 등 KEDO의 다른 사업들도 재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 단장은 "북한의 핵개발 폐기를 유도해 KEDO 사업을 정상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오늘 결정의 참뜻이 있다"면서 "`검증가능한 방법'에는 문제가 된 농축우라늄 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