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회 정기국회가 8일 새해 예산안과 계류 안건을 처리하고 사실상 폐회되지만 대선을 감안해 회기를 한달 정도 단축한 탓으로 졸속 국정심의란 구태를 되풀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임기중 마지막 정기국회로 `국민의 정부' 5년의 국정을 결산하는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여야는 9월2일 개회후부터 대선을겨냥한 폭로공방과 정쟁으로 일관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의 병역의혹 공방과 대북 비밀지원설,권력형 비리의혹, 국정원 도청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계속해 국정감사와 민생과 경제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0월10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문은 전용학(田溶鶴) 이완구(李完九)의원의 한나라당 이적 파문으로 파행, 정치와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만 마친채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질문은 아예 취소됐고, 예결위는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의 발언파문으로 이틀간 활동이 중단됐으며, 7일 본회의에서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2시간만에 산회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정기국회 개회후 본회의를 13차례 열었지만 7일 이전에는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다 7일 본회의에서 46개 법률안 등 50개 안건을 무더기로 처리한데 이어8일에는 70개 법률안 등 99개 안건(추정)을 처리하는 등 벼락치기 심의가 계속됐다. 이같은 수치는 791개 안건중 206건을 처리한 지난해 정기국회 의안처리 건수에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특히 법안심의과정에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원래 취지가 훼손된채 통과됐고, 무허가 옥탑방 양성화 법안, 군인연금법안 등과 같이 심의과정에서 선심성 내용이 추가된 사례도 빈번하게 눈에 띄었다. 물론 공적자금상환기본법, 국고금관리법, 나노기술촉진법 등을 처리해 공적자금상환과 과학기술 촉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97년 위헌판정을 받은 동성동본 결혼금지 해제 및 친양자 제도 도입을위한 민법 개정안과 집단소송제 법안 등 각종 민생 및 개혁법안이 처리되지 못했고,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예산안 조정소위의 비공개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고,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예산 끼워넣기와 정당간 나눠먹기라는 구태도 되풀이됐다는 지적을받고 있다. 국회는 이같은 비판여론을 감안해 회기내에 처리하지 못한 선거법 개정안 등 정치개혁 입법과 부패방지법, 인사청문회법 등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심의를 계속한뒤오는 14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각당간 견해차가 큰 데다 대선정국의 본격화로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