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보(64) 독일 주재 북한 대사는 4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 측에 북한의 주권 인정과 불가침 조약 체결 등을 촉구했다. 박 대사는 이날짜 독일 일간지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와의 회견에서 미국 측의 '북한 핵개발 추진'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와 관련,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를 위협함에 따라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핵무기 보다 성능이 더 나은 무기도 보유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미국 특사에게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협정에 따라 미국은 2003년까지 경수로2기를 건설해주는 대신 북한은 흑연감속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의무가 있으나협정 체결 후 8년이 지난 최근에야 첫 경수로 건설이 착공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 협정은 북.미 양국이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정상화시킬 것과 어떤 핵무기도 북한을 겨낭치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이 위협과 경제제재 정책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으며, 핵무기 선제공격을 선언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남한을 포함한 전세계에 있는 미국 핵무기에 의해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이나 위협받아온 것이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면서 미국 특사가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비난했다. 박 대사는 핵 위협 해소를 위해 취할 조치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우리 주권을인정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한편 우리 경제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협상을통해 모든 현안을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독자적 핵무기 개발 권리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 북한이 무장해제를 한 뒤에야 협상하겠다는 미국의 주장은 비정상적인 논리라고 주장한 뒤 "빈손으로 어떻게 위협에 대항할 수 있나. 어떠한 협박 기도에 대해서도 저항한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의지"라고 밝혔다. 박 대사는 "미국과 조약 상의 합의를 이룰 경우 핵사찰에 동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네바 협정 제4조에 따르면 핵사찰은 경수로를 위한 터빈과, 발전기, 다른설비들이 공급된 후에만 실시키로 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이미 현 시점에서일방적인 핵사찰 수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협정 내용 가운데 한 가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사는 북한의 핵폭탄이나 핵물질 보유 또는 핵무기 제조 계획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 달 25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참조하라고만 답변했다. 박현보 대사는 외무성 국장을 역임한 뒤 지난 99년부터 독일 주재 대사로 일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