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등록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시점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통합21 정몽준(鄭夢準) 의원간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노 후보는 31일 "정 의원측이 정식으로 제안해 오면 절차상 선대위에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정 의원도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은 외견상 단일화 경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은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입장에는 각각 '위기돌파용', '내부수습용'이라는 전략적 포석이 담겨 있고 단일화 명분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신경전 성격이 강해 실제경선을 하겠다는 의지는 희박해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후보등록까지의 시간을 고려할 때 후보 단일화의 방법으로는 경선 보다는 한쪽의 결단 또는 협상에 의한 단일화 가능성이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노무현 = 노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에대해 "정 의원측이 진실로 힘을 실어 정식으로 제안해오면 선대위에서 적절하게 논의하고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정 의원측의 경선 주장이 지금은 정략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긴 하지만 그동안 '물리적으로 경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이낙연(李洛淵) 선대위 대변인은 노 후보의 언급에 대해 "후보 단일화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나 앞으로 진정으로 제안해 온다면 절차상 선대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절차를 언급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언급은 노 후보와의 조율을 거치고 나온 것이다. 그는 이어 "선대위의 의견은 후보단일화에 부정적"이라고 말해 절차를 거친 이후의 결과 역시 `경선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내려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본부장은 "후보등록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떻게 경선이 가능하겠느냐. 도저히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다른 핵심관계자는 "경선주장은정 의원의 주풍(株風) 위기돌파용이고, 당내에서는 노 후보 흔들기"라고 비난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노 후보의 경선발언이 후보단일화에 선을 그어 단일화 불발의 책임을 뒤집어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 반노 진영의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한 탈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일단시간을 벌어 정 의원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반면 후단협 소속의 한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외에는 대선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이제야 인식한 것 아니냐"며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내부적으로) 그런 의견을 가진 분이 많이 있고 상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선 자체를 부정적으로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선전에 후보끼리 만나 (한명이) 후보직을 사퇴하고 단일화를 하는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으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을 중심으로 열심히 하는게1차적 도리"라며 "선거로 인해 후보단일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이같은 언급은 추후 정치상황에 따라 후보단일화를 모색할 수 있으나이보다는 높은 여론지지도를 확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양자 대결구도를 추진하는 방안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 통합21은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부인할 경우 후보단일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정파의 반발이 초래될수 있는데다 당선가능성 저하에 따른 사표 방지심리로 지지도가 저하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뜻 나서기에도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 통합21의 고민이다. 박범진(朴範珍) 기획위원장은 "아직 경선 등을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일단 논의는 할 것이나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핵심관계자도 "경선 방식은 소수 의견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박진원(朴進遠) 대선기획단장은 "노 후보의 입장이 바뀌어가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로선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정 의원도 유연한 입장을취할 수 있을 것인 만큼 내부적으로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