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0월7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관련 개혁법안이 정치권의 외면으로 회기내 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28일 총무회담을 통해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기국회 폐회일인 11월8일까지 1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31일 현재 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은 특위를 한나라당 10명,민주당 9명,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위위원장이 유력한 한나라당 강재섭 최고위원측은 31일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 정당이 선거법개정 협상에 미온적인 것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있어 시일이 촉박한 데다 몇몇 핵심 사안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부터 △세과시용 청중과 조직 동원 등 돈 많이 드는 선거운동 폐지 △미디어 중심 선거운동 도입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공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또 정당·후보자의 연설회와 후보자 거리유세 폐지,2백68억원에 달하는 선거보조금 지급폐지,선거비용 수입·지출의 단일계좌 사용 의무화 등의 개혁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관련법 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양당 실무진들은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일 총장은 "정당연설회와 선거보조금 폐지는 야당엔 선거를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규택 총무는 "대선기탁금을 20억원으로 늘린다면 후보출마를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반응도 비슷하다. 정균환 총무는 "이번 회기내에 반드시 처리해 새로운 법으로 대선을 치르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뿐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민주당은 또 △선거연령 만18세로 하향 조정 △인터넷 매체의 대담토론 허용 등을 포함하는 선거법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선거전략 차원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선거법을 개정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동욱·윤기동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