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청와대에 대해 `국정통제력 상실'이라고 비판하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등 대선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대선 D-50에 나온 노 후보의 발언은 즉흥적이라기보다는 선대위 차원의 전략적 논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9일 밤 선대위 본부장단은 비공개 워크숍을 갖고 당내 단합과 외부영입노력 강화, 대국민 접촉기회 확대, 현안에 대한 신속하고 분명한 입장표명, 국민의 정부 잘잘못에 대한 분명한 시비 판단 등 4가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脫) DJ = 3번째와 4번째 항목과 직결된 것으로 영남표를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선대위는 이 문제에 대처키 위해 후보 직속 `상황처리반(가칭)'을 두고 본부장급이 정무팀을 관장토록 하는 등 정무기능을 보강하기로 했다. 최근 선대위 내부에선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이 `강력한 DJ 차별화'를 주장했고 특히 신 의원은 김 대통령 주변을 공격하기도 했으나 선대위 중진들은 김 대통령 측근에 대한 공격보다는 정책적 측면에서 차별화를 주장해왔다. 특정인을 겨냥한 차별화 시도는 당내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이고, 전통적 지지층내부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노 후보의 정책적 색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론이었는데 워크숍은 다수론을 채택한 셈이다.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이 최근 "투명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대북정책 추진을 강조하는 등 정책적인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후보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계좌추적 불가' 입장을 밝혀온 대북 4천억원 지원설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상에 포함시켰다. 노 후보는 이와함께 정부기관 내부의 `줄서기와 눈치보기'를 주장하면서 "대통령도 임기말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방치하고 있는 기관 책임자들이나 정부도 책임져야 한다" "통제되고 안되고를 떠나 최선을 다해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청와대가 `중립' 입장때문에 결과적으로 `방치'하는 것은 아니냐는 선대위 내부의 의심과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확산 = 워크숍에선 당내 단합과 외부영입 노력을 강화키로 함으로써 그동안 원칙과 정도를 내세워 당안팎의 반대자들로부터 `뺄셈정치'라고 비판받아 온 전략을`덧셈 정치'로 전환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후보단일화 추진세력에 대한 접근 방식이관심거리다. 이는 당내 반노파의 후보단일화 추진세력이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지지도 하락세로 인해 급격히 퇴조하는 상황을 감안한 전략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노 후보가 이인제(李仁濟) 의원과의 관계개선 희망을 표시한 29일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이 이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이 30일 `이인제끌어안기'를 공언하고 나선 것은 당내 단합과 외부영입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충청.중부권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접촉 확대 = 선대위는 또 노 후보가 국민과의 직접 접촉기회를 늘리도록 전국 투어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 역시 미디어선거, 인터넷 선거를 내세워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고공 선거운동에 치중해왔던 기존 전략의 전환이다. 후보 초청 TV토론에 대한 식상감 등으로 인한 유권자 시청률 저조, 합동토론 미성사 등 현 시점에서 TV토론의 한계와 언론매체를 통한 메시지의 간접 전달이 갖는 한계로 인해 지지율 급반등이 여의치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