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9일(한국시간)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북한에 거듭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제10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로에 미국 시애틀에 들른 김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포 시즌즈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한미일 3국 정상회담 결과 등을 소개하면서 북핵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우선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밝은 전망인데 북한 핵문제가 터져 놀라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며 ▲무력으로 제지하는 전쟁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길 ▲평화적 해결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3가지 방안 가운데 평화적 해결을 선택해야 하는이유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먼저 김 대통령은 전쟁의 길에 대해선 94년 핵위기 사례 등을 지적하면서 "당시 미군 추계에 따르면 전쟁을 하면 한국군 49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민간인도 100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는 것으로 돼있었다"면서 "전쟁을 하게 되면 지금은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세계 속에서 여러가지 큰 각광을 받는 나라가 전쟁으로 말려들어가선 안된다"고 거듭 `전쟁의 길'은 안된다는 입장을천명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경수로 및 중유공급 중단 등 경제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경제제재를 하면 북한이 `그럼 좋다, 우리도 (핵무기를) 만든다'고 하면 핵전쟁 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결국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 대통령은 "평화적으로 잘못된 것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일이 있어도 핵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이제 공은 완전히 북한에 넘어갔다"며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외교가 사실상 `마지막 순방외교'가 될 수도 있음을 의식한 때문인지 경제현황, 남북관계 등 국정현안과 월드컵, 외환위기 극복 및 경제개혁 등 국정운영 과정에서 느낀 점을 소상하게 소개, 관심을 모았다. 김 대통령은 "이제 몇달뒤면 대통령에서 물러난다. 한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면서 "여러분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한국인으로 잘 살 수 있다"고 교포들을 격려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배 시애틀 한인회장을 비롯한 260여명의 교포들이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김 대통령의 연설도중 수차례 박수를 보내고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김 대통령을 환영했다. (시애틀=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