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를 둘러싼 한미 양국간, 정부 관련부처간 미묘한 입장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간 북핵 사태에 대해 어떤 인식의 차이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응책에서 양국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핵 사태 협의를 위해 25일 새벽(한국시간) 개최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간 외무회담에서도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났다. 양국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통한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북미대화나 협상 문제와 제네바기본합의의 유지 문제에 대해 인식차이를 엿보였다. 최 장관이 "대화를 통한 북핵사태의 해결을 희망한다. 대화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파월 장관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선(先)철회를 전제로 내세운 북한의 입장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포기하지 않으면 미북간 관계개선 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제네바 기본합의 문제와 관련, 최 장관이 "제네바 합의의 지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신중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파월 장관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면서도 "북한이 제네바합의 무효화를 선언했기 때문에 합의가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고 `이미 훼손됐다'는 시각을 표출했다. 양국간 대북 인식차이는 지난 19일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가 북한의 핵개발 시인 배경과 관련, "대화해결 용의를 밝힌 것"이라는 우리정부내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도 잘 나타난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24일 한국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시인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강화에 합의한 것은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입장을 무시한 것이라고까지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의 대북관련 발언 이후 외교, 통일부 등 정부내 관련부처 사이에도 북핵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미국의 북핵 관련 발표 시점 등을 두고도 불만표시가 있었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관련 시설 해체, 핵개발 계획 포기가 대화에 앞선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라는 점에 한미간 이견이 전혀 없다"면서 "한미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정보의 판단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미(對美) 외교라인은 이같은 한미간 인식차 논란이 북핵 사태에 대한 원만한 한미간 공동해법 마련을 꼬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극도로 경계하면서 논란의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