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5일 북미 불가침조약 제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워싱턴 관리들은 "북한의 선(先) 핵개발 포기가 없는 미북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냉랭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이날 담화가 미국의 선 핵포기 요구에 대한 공식 거부 입장이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며 향후 대북압박의 강도를 빠른 속도로 높여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핵사태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협상도 없다"는 미국의 입장은 이번 사태 직후부터 일관돼 왔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의 선 핵개발 포기→후 대화재개'로 요약될 수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이번 사태와 관련, "재협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북측에 분명하게 전달했다"면서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북한이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해체해야 하며 그것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부시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북핵 문제 협의차 지난 19일 방한한 자리에서 전제조건을 단 북측의 핵문제 해결 시사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25일 새벽(한국시간) 멕시코에서 열린 한미외무회담에서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언급에서도 재확인됐다. 파월 장관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우리측 제의에 "대북 적대정책의 선(先) 철회를 전제로 내세운 북한의 입장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조건부 대화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오는 27일 새벽(한국시간) 부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3국 정상회담에서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발표 이후 미국의 대북 강경론의 득세로 `평화적 해결'이라는 미국의 북핵사태 대처방안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주목된다. 벌써부터 미 보수언론들은 핵개발 동결 약속을 깨뜨리고 비밀리에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북한에 중유제공 등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오히려유엔을 통한 대북제재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선포기 없이는 어떤 북미간 관계개선도 기대할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면서 향후 북핵사태를 둘러싼 북미관계의 풍향을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