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A규약'으로 지칭되는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과 아동권리협약에 관한 이행보고서를 뒤늦게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UNHCHR)에 따르면 북한은 당초 지난 92년과 97년까지 각각 제출하도록 되어 있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과 아동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제2차 정기보고서를 지난 5월 접수했다는 것이다.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최근 자체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이 제출한 보고서의전문을 공개했다. 북한은 2003년 11월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의 이행실태에 관한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으며 아동권리협약에 관한 심사는 2004년 1월로 예정돼있다. 북한은 39쪽에 달하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92년 988달러에 달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98년에 457달러로 격감하고영아 및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이 크게 늘어나는 등 자연재해 및 식량난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0년 910만t에 달했던 곡물생산량이 식량위기가 시작된 95년에 349만9천t으로 94년의 절반으로 줄었으며 이어 96년에는 250만2t으로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곡물생산은 99년 428만1천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00년에는 326만2천t으로 98년의 수준으로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1년에 74.5세로 최고에 달했던 주민의 평균수명(남자 71세, 여자 77.6세)도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99년에는 66.8세(남자 62.8세, 여자 70.7세)로 떨어졌다고 공개했다. 또한 인구 1천명당 영아 및 5세 미만 사망률도 지난 95년의 15명과 32명에서 99년에는 23명과 48명으로 각각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은 57쪽 분량의 아동권리협약 보고서에서 95-2000년 기간에 연평균 2억 달러의 국제원조를 받아 보건, 교육, 사회 등 기타 분야에 적절히 배분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식량난과 경제위기로 인한 북한 주민과 아동의 `식량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한 것과는 달리 탈북자 문제에 관해서는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각종 제도가 국제인권협약의 기준을 충실히이행하고 있다는 법적.제도적 내용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북한은 지난해 7월 `B규약'으로 불리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관한 이행보고서를 16년만에 제출하고 유엔인권이사회의 심사를 받은데 이어 올해에는 여성차별철폐 협약에도 가입했다. 북한의 뒤늦은 주요 국제인권협약 이행보고서 제출은 대북 인도지원 제공과 연계해 인권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유럽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 나름대로 인권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강도높게 제기하면서 인권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북인권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사한바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