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23일 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이는 '북측의 해명과 제네바합의 준수 약속'을 받아낸다는 우리측의 당초 의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선(先)핵개발계획 철회, 후(後)협상' 의지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북.미간 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나마 합의를 이끌어냄에 따라 향후 한.미.일 정상회담 등 다자간 외교협상을 통해 북핵 파문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남북 한발짝씩 양보 =남측은 핵개발 파문에 대한 해명과 제네바 핵 합의사항의 즉각적인 이행 등을 보도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에 대해 완강하게 반대해 난항이 거듭됐다. 남북이 당초 입장에서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대화를 통한 해결'선에서 합의한 것은 양측 모두 회담 결렬에 따른 부담감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남측은 햇볕정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북한과의 관계 악화는 피해야 할 입장이다. 북측도 핵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과의 관계마저 악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 전망 =남북이 오는 26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합의한 것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당초 핵 문제는 남한이 간여할 성질이 아니라 미국과 논의할 의제라는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서 공동보도문에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핵 프로그램의 우선 해제를, 북측은 미국의 적대적 행위 해소를 각각 요구하고 있어 북.미간 긴장관계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