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주요 대선후보들과 가진 북한 핵문제 간담회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오는 27일 김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간 3국 정상회담 등 관련국과의 공조를 통해 마련되겠지만 대통령과 주요 정파의 후보들이 한자리에 대좌,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한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가 북한 핵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국내외적으로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북핵 6자회동'은 이날 새벽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3차 회의에서 남북이 `핵 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평화적 해결' 의지를 더욱 다지는계기로 작용했다. 김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이같은 간담회의 의미에 부합하듯 북한의 핵 개발은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직 대통령과 정치권이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국가적 과제에 대해 이같은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은 최근들어 거의 없던 일로,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에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과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수석을 참석시켜 각각 제 8차 남북장관급 회담 결과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시 이뤄진 한미간 북핵문제 협의결과를 설명토록 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각 후보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뒤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선 그 위험이 완전하게 근본적으로 제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다른 문제가 잘 되더라도 원점으로 되돌아가 잘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한뒤 "초당적 대처를 말씀하신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후보들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론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각론에 있어선 상이한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핵문제에 대한 통일된 입장 마련이 쉽지 않음을 실감케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북한의 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핵을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현금지원은동결해야 하며 대북지원도 조절해야 한다"고 단호한 대응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현금지원을 동결하자거나 핵문제의 해결과 대북지원을 연결하자는 주장도 있고 단호하고 강경한 대북교류 중단 견해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교류협력을 더 긴밀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통합 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한반도에서 어떠한 종류의 무력충돌도 피해야 한다"면서 "제네바 합의가 파기될 경우 연료봉을 방치하는 사태가 올텐데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미국의 선제공격 의사철회와 북한의핵 포기는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이한동(李漢東) 의원은 "총리급 특사를 파견하는 등 북한에게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확실한 인식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