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언론인 리영희(李泳禧ㆍ73) 한양대 명예교수가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국내 언론의 보도태도를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주최로 열린 `북한 핵 개발 시인사태 및 언론보도에 관한 긴급토론회'에서 "미국이이 시점에 북한 핵 관련 성명을 발표한 의도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정세가 자국의 이익과 맞지 않는 상황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영희 명예교수는 지난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일체의 공식활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여름부터 상태가 다소 호전돼 8월 MBC TV 「미디어 비평」과 EBS TV 「지성과의 만남」에 출연했으며 이날 처음으로 공식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토론 전후의 모두발언과 총평을 통해 "지난 94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위해 모든 군사력의 7할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했을 때도 국내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남한 국민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신문의 확장이나 발행인의 정치적이해관계에 매달려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려는 보도태도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17일 핵개발 계획이 알려진 직후 언론보도에 미국의 발표 내용만 있을 뿐 북한의 입장은 빠진 것을 보고 암담함을 느꼈다"고 토로하며 "한반도를 냉전으로 몰고가려는 세력에 대항해 평화 공존과 통일을 이뤄내려면 양심적인 언론인의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