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반노(反盧) 그룹인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가 탈당과 통합신당 창당 등 정치적 진로를 놓고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 단계별 집단탈당 이후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국민통합21', 자민련,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와의 `4자 연대'를 추진하려던 계획이 벽에 부닥치면서 후단협 내부에서도 의원간 입장 차이로 행동통일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또 `통합21'측이 22일 사실상 `4자 연대' 협상의 중단을 선언했고, 자민련 의원들이 연대 추진에 반발해 김종필(金鍾泌.JP) 총재에게 반기를 드는 등 안팎의 여건이 악화되자 당초의 기세가 급격히 약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후단협 소속 의원 상당수가 "당분간 관망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섰고, "탈당하더라도 정몽준 신당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 의원의 지지율이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정의원측에서 탈당과 합류 명분을 제공하지 않은 채 `개별 입당'을 강요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데 대한 불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곽치영(郭治榮) 의원은 "정 의원측에서 지지율이 높으니 가만히 있어도 다 올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나 큰 착각"이라며 "정 의원측이 도량을 발휘해 경선을 수용함으로써 후보단일화 명분과 계기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신념이 안 생기니 의원들이 주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희(朴相熙) 의원도 "처음엔 정 의원으로 단일화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분위기가 있어 그쪽으로 쏠렸는데 지금은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의원들이 안 움직이는 것이고 그것이 근본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집단탈당을 결의했던 경기지역 의원 9명 중 이희규(李熙圭) 의원 등 일부 의원은 25일 이전에 우선 탈당하겠다며 동반탈당자를 규합하고 있으나, 교섭단체 구성규모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제 몇명이나 동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희규 의원은 "지난번 탈당선언때 이미 정치적으로는 탈당한 것이므로 이제와서 빼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25일까지는 3명이든 5명이든 움직여야 기폭제가 되고 다음주에 2,3차 탈당의 도미노를 이끄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탈당에 적극적이었던 강성구(姜成求)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망스럽고 전부 주춤거리고 있다"며 "당분간은 신중할 것이고, 한두명 탈당한들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몽준 신당과의 통합 여부와는 무관하게 우선 탈당해 교섭단체를 만든 뒤 통합 협상을 진행하자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박상희 의원은 "정몽준 신당 합류 여부와는 무관하게 건전야당을 한다는 자세로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최명헌(崔明憲) 의원도 "우선 탈당해 정몽준 의원과상관없이 교섭단체를 만들고 그 다음에 통합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나가고 보자'는 식의 탈당에 합류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 후단협의 고민이 있다. 곽치영 의원은 "교섭단체를 만들 만큼 사람이 안되고, 그렇다고 노무현 후보와는 성향이 맞지 않아서 그렇고, 딜레마"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