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국민통합 21'과 민주당반노.비노세력인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자민련,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가 추진해온 통합신당이 사실상 중도 좌초의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2일 4개 정파 내부에서 불거져나온 목소리는 한결같이 통합신당 무산에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통합21은 "더 이상 4개 정파가 함께 모이는 대표자회의가 필요 없다"고 천명했고, 후단협 내에선 "정 의원으로는 대선에서 이긴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통합신당 참여에 대해 유보 당론을 정한 자민련의 경우 "후단협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는한 한발짝도 못 나간다"며 관망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론 통합논의 참여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한동 전 총리측도 빠르면 오는 25일께 창당 발기인대회를 갖는데 이어 내달초 독자신당 창당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등 결별 행보에 돌입했다. 4개 정파 모두 통합신당 논의가 사실상 좌절된 것으로 간주,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무산 분위기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의 지지도가 하락 추세를 보인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쳐, 후단협의원들의 탈당 의지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통합신당이 창당될 경우 후보 선출방식을 놓고 정 의원측과 이 전 총리측의 갈등이 깊어진 것도 한 원인이 됐다. 대표자회의에서 정 의원 합의추대 여부를 놓고 적잖은 갈등이 표출됐다는 후문이다. 통합21 핵심관계자는 "4자 연대란 것이 원래 정 의원의 후보 추대를 전제로 한것인데 엉뚱한 소리나 하고 있다"면서 "4개 정파 대표자가 모이는 회의는 이제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세력 내부에선 통합신당 창당시 지분 정리와 정 의원의 `출혈 규모'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21은 오는 30일 서울 올림픽 펜싱경기장이나 내달 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창당대회를 갖고 독자 신당을 만든 뒤 현역의원 개별 영입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후단협측도 이같은 기류를 감안, 민주당을 탈당하더라도 일단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대선 추이를 봐가며 향후 행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이번주내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 내달초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4개 정파 대표자회의 합의사항을 백지화하는 것이다. 통합신당 논의의 중도 좌초 조짐이 확연해짐에 따라 자민련을 제외한 각 정파는 일단 독자신당을 창당한 뒤 정치권 기류를 봐가며 향후 행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대선 환경에 따라 이들을 포함한 각정파가 합종연횡을 본격화할 경우 재(再) 이합집산에 나설 소지가 적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변동 가능성이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만큼 다양한 변수가개입될 폭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