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북한의 비밀 핵개발계획 시인 사태와 관련, 미국내에서 제네바 기본합의 파기설이 잇따르고 있는데 대해 "아직 아무런결정도 내려진 바가 없다"면서 3국간 조율을 서두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정부는 지난 94년 한반도 핵위기 이후 북미관계의 기본틀이자 한반도 안보정세의 안정판 역할을 해온 제네바 합의가 파기될 경우 미칠 파장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일단 "한.미.일 3국간 긴밀한 협의를 통한 신중한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제네바합의 유지 여부를 둘러싼 정부의 기본입장은 일단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경수로 건설사업이나 대북 중유제공은 당분간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뜻을 지난 19일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내의 제네바합의 파기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제네바 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북핵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미간 이견이 없고, 특히 제네바기본합의를 먼저 위반한 것이 북한이라는 점에서 자칫 우리 정부가 제네바합의 유지만을 고집할 경우 한미간 인식차만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때문에 "제네바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말 이외에는 어떤 언급도 피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가 극단적인 파국상황까지 이르지 않고 평화적으로해결되길 바랄 뿐"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4일 멕시코에서 열릴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간 한미 외무회담 및 26일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이번 북핵사태의 후속 대응방향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 19일 한미간 협의에 이어 21일에는 한일간 북핵사태에 대한 긴급 협의를 갖고 후속대응책 전반을 조율했다. 특히 정부는 최악의 경우 대북 경수로 사업의 중단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으로서는 제네바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일단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국제사회를 통해 설득해나가는 단계로 앞으로 북한의 반응을 보고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