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남측 대표단은 21일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북측 고위인사를 만날 예정이어서 현안이 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북측의 고위인사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장은 지난 2000년 제2차 장관급회담 때도 남측 대표단과 오찬을 함께 한 적이 있고 면담 장소가 우리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만수대의사당이라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의례방문'이 될 이번 면담에서 핵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의혹해소가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북측도 남측 대표단이 '핵문제'에 대한 일정한 진전 없이 회담을 진전시키기 어려운 입장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의 입장표명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회담 첫날 정세현(丁世鉉) 남측 수석대표가 말을 아끼고 참관에 불참하는 등 남측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데 대해 북측도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기간에 직접 만나 환담을 나눈 사실도 있어 북측은 특사 방북중 오간 대화에 대해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회담 기간에 북측 대표단은 핵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남측 대표단에게 비공식 자리에서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이럴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회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북측의 고위인사가 남측이 가지고 있는 북한 핵 의혹의 '일방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북측은 면담석상에 외무성의 강석주 제1부상이나 김계관 부상 등을 배석시켜 특사회담 내용을 남측에 설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3년 핵위기 때와는 달리 북한은 남북, 북일간 회담채널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이를 적극 활용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면담은 별다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북측이 준비한 자리"라며 "한반도의 핵 위험성을 우리측이 집중적으로 제기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측이핵 문제에 대한 일정한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