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총재에게 21일은 정치인생에서 되새기기 싫은 날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3김의 카리스마로 자민련을 이끌어오던 그에게 당소속 지역구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장섭(吳長燮) 정우택(鄭宇澤) 정진석(鄭鎭碩) 원철희(元喆喜) 이재선(李在善)송광호(宋光浩) 이양희(李良熙) 의원은 전날 시내 모 호텔에서 전격회동, 당 지도부가 합의한 '4자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의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불만을 토로한 뒤 21일 청구동 자택으로 김 총재를 방문,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설득, 국회 원내총무실에서김 총재와 소속 의원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을 겸한 의총이 열렸고 여기서 행동통일 서약을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 김 총재는 인사동 모 음식점에서 해외출장 등으로 불참한 안대륜(安大崙)조희욱(曺喜旭)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11명과 2시간 30분 동안 술자리를 함께 하며 반발 무마에 나섰다.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당의 정체성을 살려 이 나라 정치의 중심이 되기로 다짐했고 이를 총재에게 보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고 김 총재도 "단결의지를 보여줘 고맙고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 지는 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이 전했다. 김 총재는 모임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야 변치 않지..."라고 말했으나 정국해법에 대한 고심때문인지 그다지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에 대해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사실상의 `쿠데타'로 받아들이는 분석도 나왔다. 당 주변에서는 이처럼 JP의 위상이 무너져내린 것은 지난 2000년 4.13 총선 참패 이후라고 풀이한다. 더구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 중 충북과 대전을 잃고 8.8 재보선에 한명의 후보도 내지 못하는 등 당의 무기력증이 심화되면서 소속의원들의 `JP 홀대' 양상은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마포 당사와 청구동 자택에는 의원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최근 일부 의원들은 공공연히 "이제는 김 총재가 더이상 노추를 보이지 말고 명예롭게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정치 9단'답게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외치고 있지만 약화된 당내 결속력 때문에 정계개편 과정에서 과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들이 적지않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