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사흘째인 21일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평양시 평촌구역에 위치한 만수대 창작사와 지하철 '부흥역사'를 참관했다. 주수용 창작사 사장과 선우영 인민예술가의 안내로 정장관은 미술 창작실과 미술작품 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봤다. 주사장은 "만수대 창작사는 조선 인민의 기상을 높이는 장소인 만큼 인민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작업실에서 만난 인민예술가이자 조선화가 정창모씨는 지난 2000년 8월 제1차 이산가족 교환방문할 때 서울을 다녀왔었다. 공훈예술가인 황병호씨도 '박리법'이라는 금박을 입힌 채 물감을 덧칠해 그림을그리는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인물이라고 북측 관계자는 전했다. 정장관은 미술작품 전시관 2층 병풍 그림을 보고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듯한 화두를 던졌다. 정장관은 목란화를 보고 '목란'이냐, '목련'이냐를 재차 물은뒤 "목란은 잎이나온뒤 꽃이 피지만 , 목련은 꽃이 핀뒤 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용이 그려진 2m 짜리 화병을 보고 정장관은 "조선용이 발톱이 4개고 중국용은 5개, 일본용은 왜 발톱이 5개냐"고 묻자 북측 관계자들은 "중국동포가 특별히 주문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전시관 관람을 마친 정 장관이 승용차에 오르려하자 북측 김령성 단장은 "그림사려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 잠깐 기다리자"고 제의, 다시 내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북측 김 단장이 전시관에서 "나 같으면 이것을 사겠다"고 말하자 정 장관은 "그럽시다"라며 선뜻 수묵화 1점을 샀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한 북측 인사가 구입한 도자기 1점을 실수로 떨어뜨리자 북측 관계자는 "좋은 징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측 대표단은 곧바로 평양 지하철 부흥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사이인 영광역까지 이동했다. 지하철 승강구로 지하 150m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는 경사가 심한데다 남측 지하철과 달리 속도가 빨라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어지러울 정도였다. 정 장관과 김 단장이 나란히 앉자 부흥역 관계자는 "평양 지하철은 총연장이 40㎞로 주민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역간거리를 1.5㎞로 일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