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미국이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에게 핵 문제와관련한 `원칙적 입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아직 미국의 입장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으나 켈리특사가 평양을 다녀간 직후인 지난 7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이 문제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외무성 대변인은 켈리 특사가 '우려 사항'이란 것을 전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비난하면서 북측 나름의 '원칙적인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부시행정부가 계속 견지하고 있는 우리에 대한 '악의 축' 교리와우리를 저들의 핵선제공격 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철회하지 않고 일방적인 강경 적대시 정책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확증된 이상 우리도 특사에게 그에 해당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똑똑히 밝혀 보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켈리 특사에게 했다고 백악관측이 공개한 부분과 거의 일치한다.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이 전해질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똑똑히 밝혀 보냈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불분명했으나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오간 얘기를 공개함으로써 이는 핵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음이 밝혀진 셈이다. 외무성 대변인이 당시 "미국의 변함없는 대조선(북) 강경압살 정책은 우리로 하여금 그 정당성이 실증된 선군정치에 따라 필요한 모든 대응 조치를 다 취할 수 있도록 떠밀어(떼밀어) 주는 것으로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바로 1994년 제네바합의로 중단된 핵개발 프로그램 재개에 관한 원칙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경수로 건설 지연 및 미국의 제네바핵합의 파기 위협에 맞서 "미국이 원하면 우리도 우리 제 갈 길을 갈 것"임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