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인했다는 '핵개발 프로그램'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미 두 나라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종전 플루토늄 재처리 방식과 다른 우라늄 농축 방식이라고만 발표했다. 핵개발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을 감안할 경우 북한이 실제로 무기를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핵을 무기화하지는 못했지만 핵물질과 핵무기 제조기술은 보유한 것 같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기술은 크게 △핵물질 추출 △고성능 폭약 및 기폭장치 제작 △운반체(미사일) 제작 세 가지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로는 우라늄235와 플루토늄 등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이 우라늄235가 3% 이상 포함된 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북한은 플루토늄에 이어 농축 우라늄까지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떻게 농축 우라늄을 다량 확보할 수 있었는지가 관심거리다. 북한은 우라늄 광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정련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라늄235가 0.719% 들어 있는 천연 우라늄을 3% 이상 함유량의 농축 우라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와 맞먹는 시설이 필요하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국들은 하나같이 우라늄 농축 설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대포동 1호 등 사거리가 1천㎞ 이상인 미사일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을 무기로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인 기폭장치나 폭발 제어기술 등은 아직 초보 단계라는게 다수 의견이다. 기폭장치란 핵물질이 핵분열을 일으킬 만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플루토늄 12㎏이 들어가 있는 구형 핵폭탄을 예로 들 경우 플루토늄의 부피를 1백만분의 1초 안에 완벽하게 구형을 유지하면서 크기도 30% 정도 압축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정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기폭장치 개발에는 슈퍼컴퓨터가 흔히 사용된다. 미국도 과거 2천여 차례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완벽한 기폭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원자력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핵폭발 실험을 거친 흔적이 없으며 수십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지도 못하다"며 "핵위협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