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 시인 사실을 오는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한 언론에 관련 정보가 새나가는 바람에 17일 오전 전격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0...미국은 지난 3-5일 이뤄진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 직후 우리 정부와 일본측에 북한의 시인 사실을 곧바로 통보했으며 한.미.일 3국은 곧바로 협의에 착수, '로스카보스 회담' 이후 발표키로 의견을 모았다. 즉 정상회담 전까지 3국의 입장을 완전히 조율하고 북한측과의 막후 접촉을 통해 해법 윤곽까지 찾은 뒤 북한의 시인 사실을 공개하려고 했다는 것. 그러나 미국은 'USA 투데이'지가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확인되자 17일 새벽(미국시간 16일 오후) 발표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도 문제해결이 목표인 만큼 비공개 원칙아래 북한과 협상할 예정이었다"면서 "범죄의 경우도 비공개 수사를 해 증거를 잡은 뒤 공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17일 새벽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측의 '발표' 통보를 받고 이를 수용한 뒤 즉각 대책회의 등을 거쳐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 0...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시인한 핵개발 계획의 내용에 대해선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것'이라는 것 이외에는 일절 함구했다.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농축우라늄을 사용한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말했으나 그 이상의 정보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켈리 차관보는 이미 방북 직전 우리 정부에 북한 핵개발 의혹에 대해 정보를 입수했다는 점을 설명해주면서 "북한에 가서 모두 얘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0...고위 당국자들은 우리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시점에 북한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시킨 점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당국자는 "그 점은 북한이 분명히 잘못했다"면서 "이 부분을 털고 나서 사과를 하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