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비밀 핵개발 계획을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17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을 포함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및 북.일 관계 개선 교섭, 북한이 추진해온 신의주.개성특구 개발사업 등 개방정책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임스 켈리 대북특사 방북시 제기된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관해 통보받고 한.미.일 3국간에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와 핵비확산협정(NPT)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른 모든 의무를 계속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켈리 특사가 지난 3∼5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측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으며 앞으로 NPT에도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숀 매코맥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 당국의 핵개발 시인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제네바 핵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지난 94년 이후에 추진해온 농축우라늄을 사용한 비밀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며 "김대중 대통령도 어떠한 경우든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함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등이 진행 중인 대북 경수로사업 중단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세현 통일부 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김영근.홍영식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