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함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개선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밤 10시(현지시간) 성명을 발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할 경우를 전제로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과 정치적인 관계개선을 준비했지만 핵무기개발 계획의 시인으로 더이상 이같은 접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과 미국의 우방은 북한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의무에 따를 것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의 숀 매코맥 대변인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작년초 들어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빌 클린턴 전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북화해 전략을 중단하고 6개월여 동안 대북 정책수립에 골몰했다. 그 결과로 나온게 '조건 없는 대화'였다. 특히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고 주민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경우 경제 지원을 포함, 대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개발 계획을 시인함에 따라 이같은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다만 북한의 핵무기개발계획 시인이 실제 핵무기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일단 외교적 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무부의 존 볼튼 차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한국 중국 일본 등에 보내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의회와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어 새로운 북한 변수에 집착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한 것도 북한 핵무기 개발계획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CNN 등 미 언론들은 북한의 핵무기개발계획 시인 사실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CNN은 이달초 켈리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강석주 제1외교부상이 이를 시인했다며 미국 관리들은 '도전적인 시인'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