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특사가 북한 고위자로부터 `핵무기 개발계획'의 시인하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을 17일 제기해 주목되고 있다. 북한 고위 관계자의 이 발언은 이제까지 밝혀온 북한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북한은 `평화적인 경제건설을 위해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핵무기 개발 및 보유 자체를 부인해 왔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근거없는 궤변'이라며 반발하며 오히려 미국이 핵무기를 앞세운 힘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역공을 가해 왔다. 지난달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에 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자신이 작성한 북한에 대한 핵선제 공격을 기정사실화한 핵태세 검토보고서의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들고 나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북한방송은 또 지난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이 핵무기 1∼2개 정도를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을 위험국가로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라며 "얼토당토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근거로 북ㆍ미간에 합의한 제네바 합의문(94.10)을 충실히 지키고 있음을 근거로 들고 있다. 조창덕 북한내각 부총리는 지난 2000년 2월 "우리는 미국이 퍼뜨린 핵무기 개발의혹에 대한 우려를 가시고 우리의 비핵 평화의지와 노력을 보여주는 입장에서 이미추진하여 오던 핵동력기지건설를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경수로 건설 지연에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대북 압력 및 주한미군 주둔의 구실 등을 찾기 위해서라고 지적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지난달 23일 "경수로 건설지연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핵사찰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경수로 기초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한 지난 8월 7일 미행정부는 우리 공화국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경수로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을러 댔다"고 비난했다. 조선중앙방송은 2000년 3월에도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핵개발의혹설'을 미국이 유포하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경수로 건설을 지연하고 중유 납입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책임을 벗기 위해 고안해 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대북 압력수단으로 판단하는 북한의 입장은 지난 2000년8월의 중앙방송 보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앙방송은 당시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설을 기정사실화해 대북 압력과제재의 구실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또 북ㆍ미 기본합의문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앙방송은 지난해 5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설을 제기하며 북 위협설을 부각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고 북침전쟁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기자 j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