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전격적인 핵 개발 시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며 아직 대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의회에서 이라크 전쟁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공격을 위한 결의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은 당초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전쟁 준비에도 바쁜 미국은 북한의 도전적인 태도에내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16일 발표도 허겁지겁 급조된 인상이 짙다. 켈리 특사의 방북 후 거의 보름이나 지난 16일에 대낮에 공식 발표하지 않고 일과시간이 끝난 뒤인 저녁에 발표한 것도 USA투데이가 이를 특종보도하려 하자 황급히 대변인의 입을 통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의 발표 주체도 당초 국무부가 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을 뒤엎고백악관이 먼저 이 사실을 발표했다. 백악관이 이를 발표한 것은 지난 15일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가 이 문제를논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국무부 선에서 발표하면 안될 중요사안이었기 때문인지도불확실하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16일 저녁 일제히 백악관 대변인을 인용해 북한의 핵개발시인을 크게 보도했다. 북한 뉴스는 워싱턴 연쇄 살인사건이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추진같은 기존의 대형 뉴스들을 밀어내고 톱기사로 다뤄졌다. 그러나 미국이 당장 북한에 대해 어떤 강경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않아도 이라크 전 준비에만도 충분히 바쁘기 때문이다. 한편 주미대사관측은 이날 부시 행정부의 북한 핵무기 계획 공표 전에 그같은사실을 통고받고 향후 미-북관계 향배와 한반도 정세 전반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 고위 당국자는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이를 어떤 창구를 통해 언제발표할 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대사관은 부시 행정부가 이날 저녁 백악관 혹은 국무부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계획 시인사실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관계자들을 중심으로대책을 논의. 그러나 주미대사관 관계자들은 북한 핵문제가 메가톤급이어서인지 미-북관계 및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언급이나 논평을 자제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도 북한의 핵무기 계획 시인에 따른 부시 행정부의 대응과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이 밝힌 성명으로 갈음한다고짤막하게 답변. 바우처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 핵현안 대처에 임하는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공조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고자 한다"며일단 평화적 해결에 무게를 실었다. 바우처 대변인은 "지역내 누구든지 이 현안에 대해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그러나 "어떤 평화국가도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며 선(先)평화적 해결을 전제로 한 북한핵 개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시 행정부는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바로 지금이 평화애호국가들이 그같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전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이를 계기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제적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을 잊지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이날 북한 핵무기 계획 시인 공표를 계기로 일단 당혹감을 걷어내고 현안해결을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