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함에 따라 북미관계의 기본 틀을 유지해 왔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향후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북측이 이를 시인한 것은 결국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것이며 결국 이 합의는 파기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정부는 북측과 대화.교류를 통해 핵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미국측은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 추진과 관련해 `북한과 협상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제네바 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는 점에서 일단 제네바 합의 이행에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북측이 그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해 왔다는 점에서 `과거 핵'을 중심으로 핵 개발 프로그램이 추진돼 왔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일단 관측되고 있다. 지난 94년 10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로버트 갈루치 미 순회대사가 합의한 북미 제네바 합의의 큰 맥락은 북미 양측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북측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100㎽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도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제네바 합의에도 경수로 제공과 북측의 흑연감속로 및 연관 시설 동결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을 북측이 일부 시인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은 전면수정, 재협상, 파기 등 수위를 예측하기 힘든 위기를 겪을 전망이다. 북측이 IAEA의 핵 사찰을 즉각 수용하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 나서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겠지만 북측의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초래된 제네바 합의 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