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12일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 1시간50여분간 분야별 정책과 자질을 검증받았다. 이날 토론에서 노 후보는 '개혁 정체성'과 `서민 이미지'를 내세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및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차별화를 적극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후보는 "정치개혁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며 "나는 10여년간 원칙과 정도를지켜왔고 지역주의에 도전해 왔다"고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평가를 호소했다. 당내 일각의 당명 개정론에 대해 그는 "내용은 안바꾸고 이름만 바꾸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선대위 면면을 봐달라"고 선대위 참여 인사들의 `개혁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후보단일화' 세력이 약화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작전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고 `포용력 부족' 지적에는 "현실성은 없지만 5,6공 대통령과 한나라당 후보까지 다 포용해야 포용력이 있는 것이냐"며 원칙과 기준, 승복과 규범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정치인들이 영호남으로 다 갈라설때 영남사람으로 호남사람들을 포용했다"면서 "이런 게 포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후보는 또 "지금까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구도였으나 이제부터 바뀔 것"이라며 패널들의 `이회창-정몽준' 구도 지적에 "두사람은 너무 비슷하지 않느냐"며 "차별성있는 후보들끼로 당대 당 구도로 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의원의 급부상을 `음모론'과 연결지은 질문이 이어지자 "의혹없다"면서"너무 흥미 위주 아니냐. 노무현이 이, 정 후보와 정치개혁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런 게 검증돼야 하는 것 아니냐. 힘겹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는 `김 대통령 두 아들과 친인척, 측근들의 부정비리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것이냐'는 질문에 "숨기지 않겠다. 대통령의 힘으로 부당하게 처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뒤 "대통령도 아들을 구속시키지 않을 수 없는 밝은 사회"라며 "저도그 점에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과 북의 단독정부 세력이 모두 분열세력'이란 취지의 자신의 과거 발언을 들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 의원측의 답변요구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면서 "냉전주의자들이 단골로 써먹던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민족주의 중도파가 정부를 세우지 못해 분단정부가 선 것 아니냐"고반문하고 "남도 북도 분열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 남한이 정부를 세운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때 좌우합작과 민족통합 등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하지 않았나. 그게 민족사의 정통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 인식에 오랜 사고를 가지신 분들이 불안해 한다'는 지적에 "김구 노선은 존경하면서 노무현이 김구 노선을 따르면 불안하다는 것이냐"면서 "이해하지못하겠다. 그게 바로 기득권세력이 만들어 놓은 사고의 함정"이라고 답변했다. 노 후보는 자신이 주장하는 `수평적 한.미관계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에 "부시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했다가 지난 6월 방한때는 도라산 역까지 가서 북한과 반드시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고, 최근 만난 미 대사도 나에게 `한국이 대북문제를 주도해야 하며 반드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거듭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시 파병 요청이 있을 경우 대응에 대해선 "답하기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국익을 놓고 복잡한 상황을 검토하고 또 세계여론과 유엔입장도 살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폈다. 그는 `김정일을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김 대통령이 신뢰한다고 말한 것은 합리적인 대화상대로 보고 약속하면 지킬 수 있다는 차원"이라며 "김 대통령과 같은입장이어야 하겠다. 내가 먼저 신뢰를 주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정서불안이라고 적혀 있는데 버릇이 계속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초중등 9년중 일부"라고 방어한뒤 "중1때 이승만 대통령 찬양 글짓기를 하라고 해 백지동맹으로 거부한 일이 있는 등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며 "평생 도련님, 귀족으로 대접받고 살아온 분과 부잣집 아들로 자라 36세에 대기업 회장에 올라 지시만 한 사람의 버릇은 어떻게 하느냐"고 이, 정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마무리발언을 통해 단독 토론이 갖는 검증의 한계를 지적하고 "상호토론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며 다른 후보들과의 합동토론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