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뮌스터대 교수가 10일 35년여 만의 귀국이 다시 좌절된데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냈다. 이 성명서는 특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안당국의 입국 거부 가능성'이라는 벽에 부닥쳐 초청 자체를 취소하게 된 배경을 비판하면서 `민주화'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철학교수로서 나름의 입장을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송 교수는 이번에 다시 입국이 좌절된 데 대해 일단 `공안당국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또 당초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난관에 부닥치자 초청을취소한 사업회의 `경솔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성명의 초점은 사업회 측의 실수 등 '기술적 문제'에 맞춰져 있지 않다.송 교수는 무엇보다 사업회가 취소의 이유로 밝힌 점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수긍할 수 없다면서 사업회의 태도에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이번사태를 계기로 과연 `민주화'가 무엇을 뜻하는 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는데주력했다. 과거와 현재의 민주화 운동 세력에게 일종의 `화두'를 제시하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송 교수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연속적, 불연속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완전히만족할 수는 없어도 오늘과 같은 상황까지 진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화'는 종점이 없는, 자신에 대한 끝없는 `계몽'의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칸트가 "오성(悟性)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용기와 결단의 부족 때문에 생긴 `미성숙'에서 벗어나는 것이 계몽"이라고 정의했다고 소개했다. 송 교수는 이런 계몽의 작업을 방해하고 억누르는 온갖 사고유형, 관습, 제도,장치에 저항하고 투쟁하기 위해서는 옳은 전략도 필요하고 적절한 전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때 원칙적 전략과 그 방편인 전술을 혼동해서 사용하면 결국원칙도 사라지고 전술도 빛을 보지 못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 민주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 큰 희생을 감내했던 많은사람들의 삶에서도 이처럼 용기와 결단으로 원칙과 방편을 분명히 한 사실과 이런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화의 뜻을 기리는 국가적인 사업도 펼쳐지고 있으나 "민주화는 `골동품'이나 `기념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삶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현실적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힘의 관계 속에서 그런 `계몽의 과제'를떠안고 노력하는 일은 매우 힘들 다는 점을 잘 아나 이는 "계기마다 우리에게 다가서는, 피할 수 없는 명령이며 특히 지식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