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피랍 일본인 귀국 허용은 일본과 조기에 국교를 정상화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거듭 확인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일 수교의 최대 걸림돌인 일본인 납치 사건을 둘러싸고 악화한 일본내 여론을 다소라도 누그러뜨림으로써 오는 29-30일 콸라룸푸르에서 재개될 예정인 수교 교섭에서 조기 수교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납치 사건 해결 없이 수교 교섭에 임해서는 안된다는 국내 여론과, 10월중에 수교 교섭을 재개키로 북한과 한 합의 사항 이행을 놓고 정치적 궁지에 몰려온 고이즈정권으로서도 수교 교섭 재개의 `명분'이 어느 정도는 확보된 셈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측이 피랍 일본인 명단을 제시한 이후 피해자 가족의 방북을 통한 면회 실현을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고려했었다. 그러나 가족들이 피랍 생존자의 1개월내 귀국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생존자귀국 실현쪽으로 요구 수위를 높여 북한과 절충 작업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피랍 생존자 귀국 실현은 고이즈미 정부가 국내 여론에 부응해 얻어낸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생존자 귀국 실현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의 대북 비난 여론이 북한과 고이즈미 정부의 기대대로 다소라도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피해자 가족 등이 피랍 생존자의 영주 귀국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일본에 온 생존자들의 `증언'이 다른 파문을 불러 일으켜 여론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생존자 본인만 일본을 일시 방문토록 한것은 이런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피랍 생존자들이 일본에 오면 납치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납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비등한 여론을 감안할 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yskim@yna.co.kr